“북러, 대러 추가 무기 지원·대규모 북 노동자 수용 합의 가능성”

앵커: 19일 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이 어떤 합의를 도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대규모 북한 노동자 수용과 추가 무기 지원 등과 관련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이 같은 양국의 밀월관계는 지속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8일 노동신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사설과 푸틴 대통령의 기고글을 함께 게재하면서 정상회담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높은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푸틴 대통령은 기고글에서 일제 식민지 시절과 한국 전쟁 당시 양측이 연대했던 역사를 부각시키며 친선과 협조의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19일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5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2019년 정상회담 전 노동신문에 글을 기고한 최초의 해외 정상이고 푸틴 대통령의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라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통일부는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측 수행단에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포함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방우주공사사장, 철도공사사장, 에너지 부총리, 천연자원부 장관 등 인사들이 (방북단에 포함된 것이) 2000년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으로 보인다”며 “수행단 인사들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돼 지난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의 후속 협력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이 어떤 합의에 이를지 주목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최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자동 군사개입과 관련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낮다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양측이 정상회담을 통해 현실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북한의 대러 추가 무기 지원과 러시아의 대규모 북한 노동자 수용 정도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해 북한의 노동자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북한의 요구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대북제재 이행을 거부하고 대규모 북한 노동자를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러시아가 일종의) 가짜 비자를 발급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노동자 수용을 위한) 유학생, 관광 비자 같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그냥 대북제재를 완전히, 공개적으로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전쟁으로 인해 부족해진 노동력을 싼값에 충당할 수 있고 북한으로서는 외화 획득의 창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란코프 교수의 분석입니다. 특히 란코프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기고글에서 미국에 대한 대립각을 세운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양측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이 비공개 회담을 통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전력으로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거론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북한이 줄 수 있는 것은 탄약류이고 러시아는 첨단기술이나 첨단 무기들은 주지 않을 겁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현지지도 했습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무기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하이마스나 에이테킴스에 대한 대응 수단이 되거든요.
푸틴 대통령이 기고글을 통해 언급한 ‘호상결제체계’의 발전의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대응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북러는 지난 2014년 상호 교역에서 루블화를 주요 통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양국의 교역 규모가 작고 북한의 경우 달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양측 모두 실익을 거둔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러가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관계가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기고글에서 북러 사이의 역사적, 이념적 인식에 대한 차이가 감지된다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측의 관계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러 간 절대 이념적인 공통분모가 형성될 수 없겠다는 것을 (노동신문) 사설하고 푸틴 기고문을 통해 찾아볼 수 있어요. 사설에서는 김일성 항일 업적과 관련한 부분을 중점으로 강조합니다. 푸틴은 그것을 다르게 해석합니다. 같이 (일본에 대항해) 싸웠다는 부분은 있는데, 소련이 해방시켜줬다는 내용이 있어요. (북한으로서는) 예민한 부분이거든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북러관계는 멀어지고 한러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한국과의 관계가 퇴보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원하는 신냉전 외교는 ‘시한부 짝사랑’이나 다름없다”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어 김정은의 환심을 사야하는 상황이지만 전쟁이 종료되면 북한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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