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이어 탄도미사일 10여 발 무더기 발사
앵커: 북한이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무더기로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 쪽으로 오물 풍선을 날려보낸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이뤄진 도발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0여 발을 동해상으로 대거 발사한 것은 30일 오전 6시 14분쯤이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은 3백50여km를 날아간 뒤 동해상에 떨어졌습니다.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와 청주, 수원, 원주, 서산 등 주요 공군 기지가 있는 도시까지 넉넉히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날아간 것입니다.
이번 미사일은 비행거리 등으로 미뤄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됩니다.
시험발사 등을 명목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온 북한이 이처럼 무더기로 미사일을 쏜 것은 이례적입니다.
한국 합참은 미사일을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했고, 미국·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며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을 예의주시하면서 어떤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일본도 일제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외교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한국 연합뉴스에 밝혔고,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이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추가적인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17일 3백km를 날아간 단거리 미사일에 이어 13일 만이며, 지난 27일 밤 실패로 돌아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 이후 사흘 만입니다.
북한은 지난 28일 밤 오물을 실은 대남 풍선을 날려 보내는 등 최근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오물 풍선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궤변이자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배포한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에서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3대 악법’을 제정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북한의 주장이 자가당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여정이 이번 오물 풍선은 ‘인민이 살포’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추가 살포를 예고한 것은 그 주체가 인민이 아닌 당국임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김 부부장의 담화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궤변’이라며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 북한 정권이 비문명적이고 비상식적인 오물과 쓰레기 살포를 ‘북한 주민의 표현의 자유’라고 운운한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궤변입니다. 북한 정권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북한 주민들도 부끄러워할 만한 저급한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경고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남측에서 생활필수품을 실은 풍선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날려보내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한 것을 비판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한국 민간단체가 생활필수품을 실은 풍선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부양하고 있는데 북한군이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며,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반인륜적이고 저급·치졸한 행위입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날려 보낸 풍선에 담배꽁초를 비롯한 오물이 실려 있었다며, 현재까지 화생방 오염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풍선에 화학 물질 등을 실어 보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는 경우 지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에 확산돼 해를 끼칠 정도의 위험성은 없다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도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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