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미 접근 재개 가능성...‘이간 전술’ 대비해야”
앵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단절한 북한이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다시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3차장을 지낸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 28일 ‘북한의 대남 적대정책과 대외정책 연계’를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한 위원은 최근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외영역 확대’를 강조한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내세운 대외영역 확대가 기존의 무력도발을 대신해 외교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미보다는, 두 가지 수단을 통한 이간 전술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독자 국가를 자처한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한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같은 민족 국가로서의 존재를 무시하겠다는 의미로, 결국 한국이 이른바 ‘제1 적대국’이 된 만큼 국제무대에서 최대한 고립시키거나 우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결국은 한미일을 이간, 분열시키려는 전술입니다. 자신들은 독립적인 사회주의 국가다, 그러니까 한국과 무관하게 미국 혹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쌓아 나가겠다는 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한 위원은 특히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지난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단절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받는 것이 정권 안전 보장을 위한 최대 과제인 만큼, 이를 위해 현재 지속중인 무력도발에 외교적인 수단까지 병행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확실하게 ‘벼랑 끝 전술’을 써서, 북한을 자제 시키겠다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핵군축이나 동결 등으로 가는 것이 북한의 최대 목표고, 그런 수를 쓰기 위해서 도발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론 외교를 병행하겠다는 수를 쓰고 있습니다.
한 위원은 북한이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면 미국 측에 핵동결 혹은 자신들을 불량국가로 규정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자신들과 무관한 국가라면서 미북 간 직접 협상을 추구할 것이며, 그 결과 북핵 문제에 대한 주도권 확보가 한국 정부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 위원은 다만 북한이 당장 ‘도발’을 ‘외교’ 노선으로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대외영역 확대’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 구사 이후를 대비한 외교적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기 극대화’ 전술을 구사할 것이고, 대내외 정책 조정은 그 이후인 내년 10월 당 창건 80돌이나 그 이듬해 1월 9차 당 대회를 계기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도발과 외교를 병행하는 북한의 ‘양동 작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한미일 공조 관리와 중국의 협력 확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대응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물론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고착화 되지 않도록 중국·러시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협력 체제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위원은 또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조기 대응도 필요한 만큼,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된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정교하게 다듬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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