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범대 졸업생에 농촌학교 자원 압박

앵커: 최근 북한 지방 당국이 사범대학과 교원대학 졸업반 학생들에게 농촌 학교 교사로 자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 들어 북한 관영 매체들이 각 지역 청년들이 농장, 탄광 등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자원)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도 남포시 청년 수십 명이 농장, 건설돌격대 등 험지에 탄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도내 사범대학, 교원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배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당국이 학생들에게 농촌 학교로 진출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회령에 있는 김정숙교원대학 당위원회와 청년동맹위원회가 이달에 졸업반 학생들의 모임을 2번이나 열고 교육사업 발전을 위해 심려하는 김정은의 의도 관철을 위해 농촌 학교에 진출할 것을 호소(독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이전에도 교사 배치는 각 도당위원회가 주도했지만 농촌학교에 배된 교사들이 그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도시로 나오는 경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최근 북한 당국이 농촌 발전을 강조하면서 농촌학교에 필요한 교사 역량을 대거 보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소식통은 “대학생 중에 고향이 농촌인 학생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이 도시 출신”이라며 “농촌 학교가 도시 학교보다 교육 수준과 환경 등이 매우 열악하다보니 당국이 농촌 학교에 교원(교사)이 부족하다, 농촌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하라고 호소했지만 농촌 학교에 가겠다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대학 졸업 후 배치는 도당이 하는 만큼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배치 될지 누구도 모른다”며 농촌 학교에 배치될까 제일 두려워하고 있는 대상은 ‘직통생’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유는 졸업생들 속에서 군대나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은 학생들을 혁명적 단련, 수양의 차원에서 우선 농촌 학교에 배치한다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북한에서 대학생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바로 입학, 고급중학교 졸업 후 공장 기업소에서 일을 하다가 입학,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한 경우입니다. 이중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학한 대학생을 ‘직통생’이라고 부릅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여기서(북한에서) 교원은 ‘직업적 혁명가’로 불리는데 당에서 배치하는 곳으로 안 가겠다고 할 수도 없다”며 거부하는 경우 “혁명가의 자격이 없다며 아예 어렵고 힘든 곳에 노동자로 보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올해 사범대학을 졸업하는 딸이 농촌 학교 배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도당에서 나온 간부가 졸업반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 배치와 관련한 사전 담화(면접)를 했다”며 “담화에서 딸이 무남독녀라 부모를 모셔야 하므로 고향에 배치 받고 싶다고 하자 그 간부는 (자신의 딸에게) ‘장군님의 의도는 동무가 농촌 학교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고향 농촌 학교에 배치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멀리 떨어진 시, 군의 농촌에 가면 큰 일”이라며 문화수준이나 생활조건이 열악한 건 둘째 치고 교통이 열악해 명절이나 휴식 날에 딸이 집에 한번 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사범대학은 초급중학교(중학교)와 고급중학교 교원(교사)을 양성하는 대학으로 4년제이며 교원대학은 소학교(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원을 양성하는 3년제 대학입니다. 북한의 모든 도와 직할시에 사범대학과 교원대학이 있어 자기 지역에 필요한 교원을 양성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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