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도당, 지방발전 정책 구실로 하급간부 숙청 도모
앵커: 북한 양강 도당 간부들이 ‘지방발전 20X10정책’을 하급간부들을 숙청하는 데 악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패가 뻔한 사업을 이들에게 떠맡겨 숙청의 기회로 삼는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지방발전 20X10 정책’.
해마다 20개의 시, 군에 현대적인 공장들을 건설해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의 지방 공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핵심입니다. 최고인민회의 이후 북한은 즉각 지방발전 비상설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1월 말에는 시범 단위로 선정된 20개의 시, 군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시범 단위 선정과정에서 쏟아진 잡음이 아직도 북한의 간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성공 못할 정책이라는 판단을 이미 내리고 눈에 가시 같은 하급간부들을 앞세워 놓고 숙청의 구실을 만들려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북한 당국이 공언한 대로 건설 자재와 인력이 제대로 공급된다 해도 공장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인데다 공장이 완공된다 해도 만성적인 자재부족 등으로 제대로 가동될 지 불투명한 상태여서 책임 선상에 있는 지방간부를 숙청하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양강도는 지난 1월 27일에 있은 도당 전원회의에서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김형직군을 선정했다”며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지정된 김형직군의 간부들은 앞으로 빗자루질 당하듯이 숙청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에는 11개의 시, 군이 있는데 그 중에서 굳이 김형직군을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선정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김형직군은 워낙 텃세가 심한데다 김형직군의 간부들은 배짱이 너무 세 도당 간부들과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김형직군 간부들이 다른 시, 군의 간부들에 비해 유별나게 자존심이 강한 배경에는 그 곳 군당 책임비서인 윤창식이 있다”며 “김형직군에서 10년 넘게 군당책임비서로 일해 온 윤창식은 도당 간부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군당책임비서는 중앙당 정치국 비준 대상 간부여서 도당의 간부들이 아무리 기분이 상해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면서 “그렇기에 윤창식은 도당의 높은 간부들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김형직군을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정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국경을 끼고 있는데다 산이 많고 원료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적인 이유는 김형직군의 간부들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김형직군은 올해 중에 30정보의 원료 기지를 조성하고 지방공업공장으로 공예품공장과 기념품공장, 종이공장, 토기공장, 비누공장, 철제일용품광장과 수지일용품공장을 짓게 된다”며 “그외 식료공장, 제약공장, 목재제품공장과 닭공장, 염소목장을 현대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이런 공장들을 올해 중에 시범적으로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작 지어 놓은 공장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면서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 기업소들도 원료, 자재가 없어 가동을 못하는데 지방공업공장을 무슨 수로 돌리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만약 공장들을 올해 중에 완공하지 못하거나 완공된 공장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 김형직군 간부들은 목을 내놓아야 한다”며 “양강 도당이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김형직군을 정한 것도 실패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습니다.
다시 말해 “실패가 뻔한 사업을 김형직군에 떠맡겨 고분고분하지 않은 하급 간부들을 본보기로 일괄 정리하겠다는 것이 양강 도당의 의도”라고 소식통은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방발전 정책을 하급 간부들을 숙청하는 기회로 악용하는 건 양강도만이 아니다”라며 “함경북도 당위원회가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명천군을 지정한 것도 명천군 간부들을 숙청하기 위해서라고 함경북도 간부들이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https://www.rfa.org/korean/in_focus/human_rights_defector/nklocalpunish-02292024093930.html?feed_id=25494&_unique_id=65e0fa4fb6974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