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0세 여성까지 여맹 조직생활 참여
앵커: 앞서 사회주의여성동맹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사상교육과 무보수 노동 등에 나서야 하는 퇴직 기혼여성들의 조직생활 최종 연령을 55세에서 70세로 늘렸던 북한이 올해 들어 이를 공식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여성동맹은 청년동맹, 직업동맹(공업노동자), 농근맹(농업근로자)과 함께 노동당 외곽단체의 하나입니다. 퇴직한 기혼여성들이 의무로 가입해 매주 강연회와 생활총화에 참가해야 하고 사회동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여맹 조직생활입니다.
북한의 여성동맹 가입자 수는 정년퇴직 연령인 55세 기준으로 약 120만 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여성의 퇴직연령은 직종에 따라 다른 데 교사, 의사 등 학교와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는 정년퇴직 때까지 일할 수 있으나 공장기업소 노동자의 경우 결혼하면 자동 퇴직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퇴직하지 않는 여성의 경우 병원, 학교 등에서 일하는 여성은 직업동맹,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농근맹에 망라되어 조직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여맹원들의 고생스러운 조직생활이 15년이나 (올해 들어 실제로)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여맹조직에서 매주 진행하는 강연회와 생활총화 등 각종 사회노동에 참가해야 하는 최종 연령은 55세까지였다”며 “그러나 이제는 70세로 늘어났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젊은 여맹원들도 농촌지원전투와 사회동원 등 무보수 노동에 동원되는 것이 힘든데, 이제는 60~70세 할머니들도 사상교육과 생활총화는 물론 각종 노동에 참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주민들 속에서는 할머니들이 오래 살아야 70대 중반인데, 죽을 때까지 여맹조직생활에 묶어 놓는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2023년 발표한 세계 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은 여성 76세, 남성 71세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올해부터 신의주에서는 여맹조직생활 최종 나이가 55세에서 70세로 변경돼 할머니들도 조직생활에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2021년 사회주의여성동맹 7차대회가 개최(6.20-21)된 이후 개정된 사회주의여성동맹 규약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성동맹규약이 개정된 2021년은 코로나 방역으로 주민 생활고가 가중됐던 때라 주민반발을 고려해 실행을 미루었다가 지난해 8월 코로나 방역이 일부 해제되면서 여맹조직을 통해 발표했지만, 공식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개정된 여맹규약 조항에 따라 공장과 기관 등에서 퇴직하고 여맹조직에 의무 가입되는 기혼여성들은 70세까지 매달 맹비를 내야하며, 여맹에서 조직하는 사상교육과 생활총화는 물론 무보수 노동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여맹조직 맹비는 월 수익금의 2%라고 규약에 규정되어 있지만 직업도 없는 여맹원들의 수익금 자체가 없는 데다 장마당 등에서 장사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경우 여맹원마다 장사항목이 다르므로 보통 2천원 정도의 맹비를 동일하게 걷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이어 “당국이 여맹조직생활을 15년 늘린 것은 장마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맹원들의 사상이완을 차단하는 동시에 불안전한 사회의 세포라고 할 수 있는 가정혁명화의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의 여성동맹은 1945년 11월 18일 ‘북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창립되어 낡은 봉건의식을 뿌리 뽑고 국가건설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했으나 전후 중공업 우선 발전 산업화노선으로 기혼여성들은 남편을 공대하고 살림살이 잘하는 가정주부 역할로 변화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식량배급제 붕괴로 인해 북한 여성들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장마당에서의 경제적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북한 당국은 1983년 개최된 제5차 여성동맹대회 이후 33년 만에 제6차 여성동맹대회를 개최(2016.11.17~18)하고 ‘북조선민주여성동맹’을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 개칭해 여성동맹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여맹원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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