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 거물, 동유럽서 외화벌이?
앵커: 북한 국적의 한 태권도 사범이 동유럽 국가 체코에 머물며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태권도연맹 ITF 부총재를 지낸 북한 국적의 황호영 사범이 지난 주말 체코에서 태권도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27,28일 양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ITF 국제 기술 세미나’라는 이름의 이 강의에는 영국,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등 전세계 92명이 참가했습니다.
ITF 체코 본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방송 장비 앞에 선 황 사범이 직접 발차기 시범을 보이며 서양 참가자들의 자세를 고쳐주고 있습니다.
ITF 기술 교육 위원회 회장직을 맡은 황 사범은 체코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2016년 ITF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온 가족이 체코에 살고 있고,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2021년에도 그는 체코에서 유창한 체코어로 영상 인터뷰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ITF 체코 본부가 공개한 2024년 일정표에 따르면 올해 황 사범은 온라인과 현장 강의를 합쳐 총 37번의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그의 활동이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ITF 체코 본부가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열린 강의 참가비는 참가자가 보유한 단증에 따라 미화 약 32달러에서 150달러(30-140유로)입니다.
등록한 참가자 92명에 참가비의 중간 값인 85유로를 곱하면 이틀에 걸친 온라인 강의로 7천820유로, 즉 미화 약 8천500달러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의 외화벌이 방식에 대해 밝은 한 탈북민(신변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일종임이 100%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체육성과 태권도위원회가 스포츠를 통한 친선 교류를 빙자해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사범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며 “그들은 수익의 일부를 당국에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1980년대부터 ITF를 통해 해외에 태권도 사범을 파견했는데, 지금까지도 대북제재를 피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리용선 ITF 총재를 포함해, 5명의 북한인이 ITF 고위직을 맡고 있습니다.
황 사범은 2018년 2월, 한국에서 개최된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 남북한 태권도 합동 공연을 위해 북한 ITF 시범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세계태권도연맹 WT, 서울시 등과 추후 태권도 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2019년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무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ITF 체코 본부는 황 사범의 소득 창출 여부와 방식에 대해 묻는 RFA)의 질의에 29일까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https://www.rfa.org/korean/in_focus/human_rights_defector/nktaekwondo-01292024152149.html?feed_id=22086&_unique_id=65b8a3efd41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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