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창업, ‘지속 가능성’ 위해 실패 사례 공유해야”

앵커: 한국 내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탈북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실패 사례를 분석해 이를 공유해야 후발 주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에서 29일 열린 ‘탈북민 창업 미래전략을 위한 제도 통찰과 새로운 방향 모색’ 토론회.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창업을 택한 한국 내 탈북민 자영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통계 자료나 사례 등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겪은 장마당 장사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성공 사례만 주목을 받을 뿐 향후 이른바 ‘반면교사’로 쓰일 수 있는 실패 사례 수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김영지 강원대 교수의 말입니다.

 

김영지 강원대 교수: 실패가 철저하게 분석돼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기간 동안 몇 명이나 창업하고 폐업을 했는지, 또 창업 단계 어디쯤에서 어떤 어려움이 발생했는지를 파악해야 정책을 통한 처방이 더 촘촘하게 맞춤형으로 진행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만 찾아다니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김영지 강원대 교수는 남북하나재단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탈북민 창업자수 연도별 추이’에 따르면 탈북민 자영업자가 지난 2017년 2천여 명에서 지난해 3천여 명으로 5년 사이 약 1천 명이 늘었지만, 재단이 보유한 사업자 명단은 같은 기간 1천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 같은 자료 관리 부실은 창업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해 그 요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제대로 분석해야 성공으로 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관련 자료 수집 및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창업자가 미리 경험한 실수가 공유되지 않으면 후발 주자들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며, 실패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자세가 탈북민 창업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전병길 통일과나눔 사무국장도 같은 토론회에서 탈북민들의 취업·창업 경험을 자료로 정리해 공유하는 이른바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병길 통일과나눔 사무국장: 결국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자꾸 실시하고 그 안에서 사례가 누적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경험을 공유한다면 그만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여러 정보도 공유하면서 활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사무국장은 탈북민들의 창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자료 수집 및 관리를 수행할 중간 지원조직인 ‘탈북민 창업지원센터’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이를 기존의 한국 내 창업 지원 조직들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탈북민들이 창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부족이라며,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창업 자금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수시로 제공하는 노력과 함께 이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제도가 탈북민 창업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하나재단이 탈북민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에 더해 창업 초기부터 안정기까지 지속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창업 뿐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는 취업 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앞서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 27일 개최한 탈북민 일자리 정책토론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개된 실태조사에서 탈북민 실업률은 6.1%로 전체 국민의 두 배를 웃돌았고, 고용률은 59.2%로 전체 국민 63%에 못 미쳤습니다.

 

김성모 남북하나재단 일자리지원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탈북민 다수가 공적인 고용 알선 서비스보다 사적인 관계에 의존해 일자리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일부와 하나재단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직업교육훈련 지원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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