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 시장 통제로 단순노동자 전락”

앵커: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직접 체험한 탈북민 출신 연구자들이 북한의 여성 차별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시장 활동을 통제하면서 북한 여성들이 단순노동자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주최한 북한의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이행을 위한 검토 보고서세미나.

 

탈북민 출신 연구자들로 구성된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북한 내 여성 차별 실태에 대해 2016년과 2023년 사이 탈북한 30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회 구조가 형성되면서 전문직, 기술직에 종사하던 여성들도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시장에서 판매 서비스 등 단순직이나 자영업에 종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시장 활등을 자본주의 요소이자 체제 불안 요소로 인식하고 통제하면서 여성들이 시장 활동을 통해 발전할 수 없게 됐고 단순노동자로 전락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강영실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신형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여성들을 탄광, 농촌, 건설 돌격대에 내보내는 등 질 낮은 일자리에 강제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영실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여성 노동력 활용을 70년대로 돌려세워놨습니다. 그때는 유치원 등 복지 시설이 돌아갔으니까 대체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직접 아이를 돌봐야 되고 손자를 돌봐야 되고 자식을 학교를 보내야 되는 사람들을몇 달씩, 심지어는 2-3년씩 돌격대 현장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여성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초급 중학교, 고급 중학교로 갈수록 북한 여학생들의 학습 의지와 실력도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영실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연구원: 돈을 벌어야 오늘을 살고 내일을 유지할 수 있는 이런 구조다 보니까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습득을 하게 되는 겁니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교육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자기 능력을 개발하기는 이런 노력에 전혀 관심을 안 두고 돈부터 벌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급 간부 위주로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언도 제기됐습니다.

 

일반 기관, 기업소에서 여성 지도자 비율이 다소 증가하고 있고 관리위원장, 리 당 비서, 직장 당 비서 등 여성 간부들이 많아졌으며 이는 여성 간부 비율을 늘리라는 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다만 당 권력의 핵심으로 갈수록 여성이 등용되는 경우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윤승비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연구원의 말입니다.

 

윤승비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연구원: 조사에서 여성 간부를 등용하라는 당 지시가 있었다는 일부 증언도 있었습니다. 행정 일군에는 예전부터 여성을 배치하곤 했습니다만 당 조직을 이끄는 간부직에 여성을 등용하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권력의 핵심으로 갈수록 여성 간부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북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인도주의와 평등을 향한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북한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은 다른 국가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며 유엔 인권 매커니즘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북한 출신 여성들이 직접 북한 내 여성 차별과 인권 침해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 매우 의미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 여성들은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며, 다양한 형태의 착취에 저항하면서 북한 사회에서 변혁적(transformative)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여성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누리는 것을 막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권리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이나 배제, 혹은 제한을 금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이 협약을 비준한 북한은 2002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1차 보고서를, 20162,3,4차 통합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 여성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https://www.rfa.org/korean/in_focus/food_international_org/womenworkers-04302024083853.html?feed_id=31734&_unique_id=66311d960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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