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인근 출신 탈북민 80명 중 17명 방사선 피폭”
앵커: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검사를 실시한 결과 17명에게서 이상 징후가 확인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9일 한국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8개 시군에 거주한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과 방사능 오염 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검사를 받은 80명 중 17명에게서 방사선 피폭 징후가 발견됐습니다. 누적 피폭선량을 측정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0.25 Gy) 이상의 결과가 확인된 겁니다.
검사 결과 공개에 동의한 이들의 피폭선량은 최소 0.279 Gy에서 최대 0.684 Gy에 이릅니다.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결과가 확인된 17명 중 길주군 출신은 5명이며 이 중 6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인원은 1명입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이날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염색체 이상 결과의 원인을 핵실험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핵실험 뿐만 아니라 음주력, 흡연력, 중금속 노출, 의료용 방사선 노출 등 교란변수가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결과가 확인된 17명 중 2명은 지난 2016년 동일한 검사에서 정상 수준의 결과를 보여 작년 검사 결과는 탈북 이후 교란변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측정하는 방사능 오염 검사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 탈북민이 없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자리에서 풍계리 인근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와 건강검진을 계속 실시하고 이들의 피폭 현황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실시된 탈북민 대상 피폭 검사 방식과 결과가 문재인 전 정부 시절 진행된 검사와 비교했을 때 개선된 부분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검사 참여자의 북 연도, 출신 지역 등 검사 결과와 북한의 핵실험 간 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 정보가 다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개된 검사 결과의 심각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피폭 검사 결과가) ‘최소 검출 기준을 넘어선다’는 정도고 ‘북한의 핵실험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단정할 수 없다’고 해놓으니 마치 이 수치가 그다지 대단치 않은 숫자인 것처럼 잘못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과거에 실시한 피폭 검사에서 대조군이 없었다는 한계를 인정했음에도 이번 검사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해 2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길주군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대조군이 없었고 표본 수가 한정적이었으며 교란변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웠던 과거 검사보다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이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가 지난 2017년과 2018년 길주군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피폭 검사에서는 총 9명의 검사자들에게서 방사선 피폭 흔적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통일부는 당시에도 핵실험에 따른 인과관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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