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핵 해법 군축에 초점 맞춰야”
앵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며 핵군축으로 정책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했습니다. 다수의 한국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이용석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위원은 최근(현지시간으로 21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과 북한: 군축·감축 살펴보기’ 글에서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의 중심을 비핵화에서 군축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선임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 규탄 성명, 전략자산 전개 등으로 대응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선임위원은 북한은 이미 2006년부터 핵실험을 6번 진행했고 핵 보유고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전략무기의 역량도 증진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한은 미국의 아시아 구상에 훼방을 놓는 전략적인 용도가 있다며 미국은 대북정책에 있어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선임위원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일부에 상한을 설정하고 핵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은 어떤 수단으로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할지 안보상의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또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통일이 요원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교수는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의 핵군축이라는 목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완강하게 유지하며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협상에 있어 군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북한 핵을 인정한다고 하게 되면 이건 우리는 어떤 수단으로 우리를 스스로 지켜야 하는가 라는 것, 미국의 확장 억제력 제공 외 플러스 알파가 계속 더해져야 하는 것인데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 문제가 좀 생기게 되는 것이죠. 핵 군축이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출발선이나 골대가 이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과 북한 간 핵 군축협상이 이뤄질 경우 한국 안보가 취약해진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또 ‘북한이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군축을 해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바로 북한의 노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유엔 안보리를 부정하는 북한과의 핵 군축협상을 실제 이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성묵 헌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개인이 그런 주장을 했을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재선이 되든 미국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요.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순간 유엔 안보리의 북한을 향한 제재도 다 풀어야 된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아마 트럼프도 그걸 하지 못할 거예요. 유엔 안보리를 부정하는 거잖아요.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을 용인하고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허위 정보”라고 밝혔고 “이 보도에서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폴리티코’ 보도와 관련해 지난 18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통일학 포럼’ 강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핵 군축 협상밖에 나아갈 길이 없다는 식의 결론은 “정확하게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공화당 일각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 정책연구소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하려는 노력을 앞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속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12월 18일): 트럼프 주위에 있는 어떤 인사들에 대한 네트워킹이라든지 또 싱크탱크들에 대해서 우리의 생각들을 인풋시킬 수 있는 노력들을 이미 시작했어야 하고 앞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속화해야할 그런 시점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nkmissile-12292023094807.html?feed_id=18918&_unique_id=65902ac6bc6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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