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 인태 집결]⑤ 북한이 주시한 ‘칼 빈슨함’ 내부

[효과음] 메일 도착 소리

 

자유아시아방송(RFA) 취재진은 오랜 요청과 복잡한 절차 끝에 미 7함대로부터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지난 5, 1 2일간의 일정으로 칼 빈슨 항공모함의 함 내부와 선원들의 생활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건데요.

 

최근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뒤 미 전략자산인 핵 추진 항모 ‘칼 빈슨함’을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RFA는 직접 방문했던 칼 빈슨함 내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항모의 규모를 직접 보니 해상과 방공 전력이 취약한 북한이 느낄 공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 위 거대한 회색 도시에 착륙

 

지난 5일 취재진은 미 공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신원조회와 안전교육을 마치고 항모 전용 수송기 오스프리에 탑승해 칼 빈슨 항모로 출발했습니다.

 

[오스프리 조종사] 기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aboard)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필리핀해 한복판.

 

오스프리 창문 너머로 항모가 지나가면서 생긴 푸른 파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결이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회색빛 도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안을 위해 칼 빈슨 항모 측은 정확한 위치를 공유하지 않았지만, 오스프리 항속에 따라 추측해보면 오키나와에서 500km 남쪽으로 떨어진 필리핀해 중심에 있었습니다.

 

[현장음] 항모에서 나는 헬기소리

 

오스프리에 내려 칼 빈슨 항모에 발을 내딛자 소음과 규모에 압도됩니다.

 

칼 빈슨에 쓰여진 문구의 모습./RFA Photo 이은규

 

내리자마자 눈에 가장 먼저 띈 건 항모 관제탑 한쪽의 ‘전투기와 헬기 프로펠러 소음에 유의하라’(Be aware of jet blast propellers and rotors)는 노란색 문구였는데요.

 

갑판 위엔 영화 탑건의 주요 기체인 F/A-18슈퍼 호넷, 세계 최강 스텔스기인 F-35C 라이트닝,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칼 빈슨 항모 공보담당관실이 나눠준 자료에 따르면 칼 빈슨함에는 조종사들을 포함해 5천 여명의 승조원들이 머물고 있고, 함재기는 60여 척에 이릅니다.

 

항모 한 대당 60대가 넘는 함재기 운용능력은 웬만한 나라의 전체 공군력에 버금가는 전력입니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공해 어디서든 작전이 가능한데 가까이서 보는 이들을 모두 압도시킵니다.

 

비행갑판 크기는 길이 333,  77m로 축구장 3개를 합쳐놓은 크기이고, 높이는 74m로 24층 건물 크기에 달합니다.

 

항모를 수직으로 세우면 프랑스 파리 에펠탑은 물론 북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330m 높이의 평양 류경호텔보다 높은 크기입니다.

 

핵추진 항모인 칼 빈슨함은 원자로 2기를 갖추고 있어 한번 연료를 탑재하면 20년 이상 연료 재보급 없이 운항할 수 있습니다.

 

3.칼빈슨 내부 미로.jpg
칼 빈슨 항공모함 내부 미로처럼 연결된 통로. /RFA Photo 이은규

 

항모 내부는 미로선원들도 길을 잃는다?

 

헬멧과 귀마개를 뚫는 소음이 익숙해질 때쯤 안전요원들의 안내로 함내 내부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5천 여명이 생활하는 곳인 만큼 항모 내부는 작은 도시를 방불케 했습니다.

 

내부는 미로처럼 연결됐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비좁고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사용해야 합니다.

 

항모 선원들도 가끔 길을 잃는다고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좌표와 지도가 통로 곳곳에 그려져 있습니다.

 

취재진은 다행히도 존 알사테 칼 빈슨 언론담당 중위 등 선원들의 안내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습니다.

 

[존 알사테 칼 빈슨 언론담당 중위] 선원들이 매번 길을 잃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다양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길을 잃어도 결국은 잘 찾아다닐 수 있습니다.

 

갑판 뿐 아니라 선내에서도 함재기 이착륙시 들리는 굉음이 수시로 들렸는데요.

 

선내 이동시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제서야 항모가 시속 30노트(약 56km)로 바다 위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내 통로마다 느껴지는 온도도 달랐습니다.

 

기계들이 설치된 구간에서는 열기가 느껴지고, 갑판이 가까운 구간에선 바람이, 선원들이 생활하는 곳은 에어컨 바람이 나왔습니다.

 

[존 알사테 칼 빈슨 언론담당 중위] 5천 명의 선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항모에서 군생활을 하는 동안 선원들은 배의 전 구간을 다 경험하기 어렵고, 생활하는 동안 한번도 마주치지 못하는 선원들도 있습니다.

 

4. 항모 스타벅스.png
칼 빈슨 항공모함 내부에 있는 카페 쳐키. /RFA Photo 이은규

 

5천 명의 숙식항모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5천여명이나 되는 승조원들의 숙식은 어떻게 해결할까?

 

칼 빈슨 항모에서는 하루 식사 18천끼가 제공되고, 물도 1만 5천톤씩 제공됩니다.

5.칼빈슨 저녁.png
칼 빈슨호에서의 저녁 식사. /RFA PHOTO – 박재우

 

수송기, 보급함 등을 통해 주변 나라들로부터 신선한 육류와 채소 과일 등 물자를 수급합니다.

 

함내에 있는 7개의 식당은 간부, 병사 식당으로 나뉘는데 간부들은 병사 식당을 갈 수 있지만, 병사들은 간부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습니다.

 

취재진은 1박 2일 기간 동안 두차례는 간부 식당, 한 차례는 병사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요.

 

 

장교 식당에선 스테이크, 소꼬리찜 각종 야채 스프 등의 식단을 제공하는 뷔폐식이였고 샐러드바, 각종음료도 있었습니다.

 

병사 식당도 다양한 음식이 제공됐지만, 스테이크, 소꼬리찜 등 고급 음식은 없었습니다.

 

1 2일 간 취재진이 머문 숙소도 궁금하실텐데요?

 

숙소는 방문객 전용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2층 침대와 사물함이 있는 여느 대학교 기숙사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세면대와 커피기계도 있어 하룻밤을 지내기에 불편한 점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다만, 방문 기간 동안은 해상 훈련 기간으로 24 시간 동안 함재기들이 3 교대로 끊임없이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착륙의 소리가 숙소까지 생생하게 들려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승조원들은 주로 4인 1실을 사용하고, 많은 경우에는 10인 1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하트퍼드 언론담당 고등 하사관(Leading Chief Petty Officer)이 항모 내 생활에 대해 하루 안내원으로서 안내를 도왔습니다.

 

[하트퍼드 하사관] 첫번째 방문할 장소는 스타벅스입니다.

 

칼 빈슨 항모에는 미국 대표적인 커피집 스타벅스의 커피를 선원들에게 판매하는 처키스 카페 (CHUCKIE'S CAFE)라는 커피집도 있었습니다.

 

이 커피집에서 근무하는 항모선원들은 육지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교육을 받고, 스타벅스와 같은 맛의 커피를 내릴 수 있습니다.

 

항모 안에서도 선원들은 매일 신선한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고 있는 겁니다.

 

6. 소포.jpg
선원들이 항모 내에서 우편 소포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 /미 해군

 

우편 소포 배달 아찔했던 사례도

 

미국 우정공사(USPS)도 선내 내부에 있었는데요. 항모의 주소로 보내면 수송기나 헬기가 소포나 우편을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찔한 사고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하트퍼드 하사관] 가끔 우편물들을 수송기에서 운반하다 바다에 떨어져 소포나 우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전자상거래 아마존 등 온라인에서 필요한 물품 주문도 가능하지만 배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당일배송은 어렵다고 합니다.

 

간식거리와 생필품,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었는데 5천 명의 고객이 있는 만큼 수익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수익 모두 병사와 장교들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하트퍼드 하사관] 이 이익을 통해 일년에 한번씩 추첨을 하거나 상으로 선원들을 디즈니 월드로 보내 준다던가 라스베거스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7.농구경기.jpg
2011년 항공모함 칼 빈슨호에서 열린 대학 농구 경기 개막전. /AP

 

갑판서 대학농구 경기 개막전, 결혼식도 열려

 

이처럼 항상 항모에서의 삶이 심각한 것만은 아닙니다.

 

항모 내부에는 식당 커피집 뿐 아니라 도서관, 헬스장(체육관), 세탁소와 편의점까지 있습니다.

 

첫 배치가 되면 승조원들은 인터넷 없이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1주일이면 금방 적응이 된다고 합니다.

 

항모 내 선원들은 휴식시간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즐깁니다.

 

비 훈련기간에 매년 정기적으로 갑판에서 바베큐 파티 등 가끔 특별한 행사도 열립니다.

 

2011년 칼 빈슨함에서는 ‘국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갑판에 야외 특설 경기장을 설치하고 미국대학농구(NCAA) 개막식 경기가 펼쳐지는 이색적인 모습이 펼졌습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얼마나 선원들이 즐거워했을지 상상이 됐습니다.

 

몇몇 선원들은 항모 선원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의 결혼식을 항모 갑판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8. 필리핀해에서 훈련하는 항모전단.jpg
미 항모전단이 지난 6일 언론에 공개한 해상훈련의 모습. /AP

 

인도·태평양서 레이건 대신하는 칼 빈슨

 

다만, 이들은 미국 최대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는 안타깝게도 휴식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바로 북한의 도발 때문인데요.

 

칼 빈슨 항모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이후인 지난 10월 26일 한국 제주도 동남방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훈련을 진행했고, 훈련을 마친 직후에는 다음 인도·태평양 목적지로 떠났습니다.

 

정기 수리를 위해 미 본토로 복귀할 예정인 로널드 레이건함을 대신해 칼 빈슨함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수호하기 위해서 해당 지역에서 당분간 전개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과 중국은 칼 빈슨 전개에 미 전략무기를 통한 압박 전술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김소영, 웹팀 이경하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jointdrill-11292023134843.html?feed_id=15696&_unique_id=6567acca05a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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