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남북 교차승인’ 제안한 키신저 전 국무장관 별세

앵커: 미국 외교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향년 100세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키신저 전 장관의 국제정치 컨설팅 회사인 ‘키신저 어소시에이츠 29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존경받은 학자이자 정치인인 헨리 키신저가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실주의적 외교 노선을 펼친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에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공산주의 최대 맞수인 중국에 손을 내밀면서 미∙중 관계를 완화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접근으로 여러 외교정책을 제안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무장관 시절인 1970년대 중반에 유엔에서 중국과 소련이 한국을 승인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는 이른바 교차승인구상과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제안한 것입니다.

 

실제 키신저 전 장관의 제안대로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은 이뤄졌지만,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아 교차승인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전 교차승인 방안이 이뤄졌다면, 오늘날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그는 1975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2004년에는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할 다자적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 20181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전 세계적인 핵확산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그것이 미국 영토를 위협하는 측면이 아닙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키신저 전 장관의 원대한 전략과 결정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키신저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관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진전되는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또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김소영웹팀 김상일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kissinger-11302023145043.html?feed_id=15822&_unique_id=6568fe353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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