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 40주기…이재은 당시 MBC 촬영기자 “아픈 역사도 알고 기억해야”
앵커: 북한이 지난 1983년 10월 감행한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가 올해로 40주기를 맞았습니다. 사건 당시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이재은 전 MBC(문화방송) 촬영기자를 이정은 기자가 만났습니다.
사건 발생 시각은 지난 1983년 10월 9일 오전 10시 25분경.
이재은 전 MBC 촬영기자는 당시 버마로 불렸던 미얀마를 국빈방문한 전두환 전 한국 대통령이 버마의 독립운동가이자 국부인 아웅산의 묘소를 참배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현장에서 대기 중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폭발음)
이재은 전 MBC 촬영기자: 그 때 꽝 하는 순간에 놀라서 (카메라 녹화) 스위치가 딱 들어간 거예요. 그래서 폭발하는 것을 이렇게 찍은 영상은 거의 아마 없는데 폭발한 것까지가 담겨 있고…
당시 이재은 전 촬영기자의 나이는 32세.
이재은 전 기자는 폭발 현장 그리고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의 잔상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워지지 않는다며 그 처참함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은 전 MBC 촬영기자: 그 기와와 서까래 전체가 하늘로 올라가고 내 자신은 꽝 소리에 너무나 귀가 아팠습니다. 그리고 옆에 터지는 순간에 비명 소리 때문에 뛰쳐나가서 전체의 전경을 찍었고 그 자리로 뛰어들어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가를 하나하나 다 봤고… 이건 정말 너무나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잔상이 잘 지워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폭발 당시 묘소에 접근하고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참사를 피했지만 묘소에 미리 도착해 대기 중이었던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이범석 외무부 장관, 이계철 주미얀마한국대사를 비롯한 공식 수행원과 취재진 등 17명은 이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미얀마인 언론인, 외무부 직원, 군인 등 7명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재은 전 MBC 촬영기자: 매년 그 때쯤만 되면 당시에 그 처참한 것들을 늘 마음 속에... 아마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제가 죽을 때까지 그것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충격으로 인해서 제 자신의 삶도 달라졌습니다. ‘아무것도 아니구나. 사람이 죽는다는 게. 나는 그때 죽은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미얀마 당국은 약 한 달간의 수사 끝에 테러 사건이 북한 특공대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하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테러 사건을 일으킨 뒤 미얀마 경찰에 쫓기던 범인 가운데 신기철은 사살됐으며 범행을 끝까지 부인한 진모는 1985년 4월 사형됐고 범행을 자백한 강민철은 무기수로 복역하다 지난 2008년 옥사했습니다.
이재은 전 촬영기자는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의 생존자들도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는 가운데 사건이 한국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국 정부가 정치적 성향과 상관 없이 관련 사실에 대해서 알리고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은 전 MBC 촬영기자: 역사는 국민들에 의해서 계승되고 아픔이 있으면 아픔대로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또 국가는 국가를 위해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해 주고 보상해 주고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잘 지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 나라가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가보훈부는 지난 9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40주기를 맞아 순국한 17명의 국가유공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을 주관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이 사건이 북한과 무관하며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https://www.rfa.org/korean/in_focus/human_rights_defector/nkmyanmarterror-10272023102032.html?feed_id=12444&_unique_id=653c3500e44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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