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정치국 회의서 러시아와 구체적 협력방안 모색한 듯”
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통해 북러 간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채 당 중앙위 제8기 제16차 정치국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쌍무관계를 보다 활성히 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 조치들을 적극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긴밀한 접촉ㆍ협동을 강화해 두 나라 인민들 복리증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의 김인애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방러 후속조치를 주문하는 등 향후 러시아와 북한 간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보통 정치국 회의는 몇 가지 안건을 모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데 이렇게 단일 의제로 정치국 회의를 연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전략적으로 북러 정상회담을 최대한 홍보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대내적으로는 김정은이 군사ㆍ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군부 등 북한 핵심 엘리트들에게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제재를 지속하고 핵보유를 묵인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끝까지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이 계속 대북제재하고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에 끝까지 맞서겠다, 미국이 북러 간 군사협력을 원하지 않는다면 협상에 나서라, 이런 식의 메시지를 미국에게 발신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이르면 다음주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비판이 있은 이후 러시아 고위관리의 첫 방한으로 루덴코 차관이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지 여부 등이 주목됩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을 뿐 이미 북러 정상회담 이전부터 한국 정부가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우려사항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 연구위원은 “그동안 외교부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의사전달이 됐다면 이제부터는 점차 공개적인 의사전달, 국제사회 여론전으로 전환하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또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로 메시지는 정확하게 나왔다며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확인해나가며 단계적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0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ㆍ기술을 얻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제는 점차적인 공개적인 의사전달 그 다음에 국제사회 여론전으로 전환을 하면서 접근해 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대통령 메시지가 지금 정확하게 나온 것이고 그럼 이제 규제를 어떤 식으로 해야 되냐, 단계적으로 해야 된다는 거죠. 일단 러시아의 위반 여부를 어떤 형태로든 확인해야 되고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21일 공개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북러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정세와 한국의 대응’ 영상에서 “우선 한국이 외교 공개ㆍ비공개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게 무기체계ㆍ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핵심적인 무기체계를 넘긴다면 이것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미일ㆍ나토 등이 힘을 합쳐 북러에 대응하는 것이 큰 틀에서의 원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러시아가 북한에 아주 핵심적인 무기체계를 넘겨 그것이 한국의 공격용으로 온다면 이것은 우리가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생각하고 대응이 필요합니다.
한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하고 있다”며 “한미가 국제 규범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도 같은 우려를 공유한다”며 “모든 유엔 안보리 회원국은 현존하는 제재를 집행하고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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